제1강 『프로타고라스』,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

◆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


▲ 대화편의 구성

오늘 할 내용은 플라톤의 초기에 속하는 대화편 중에서 프로타고라스편입니다. 봅시다. 프로타고라스(BC485?~BC414?)는 소피스트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죠. 연장자고. 여기 보면 소크라테스가 젊은 시절에 원숙한 프로타고라스를 만나는 그런 구성으로 되어 있어요.

플라톤의 대화편이 대개 액자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액자 형식이 뭐냐면 세상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거예요. 마치 컴퓨터에 폴더가 계속 나오는 걸 생각하면 되죠. 그게 액자 형식인데, 플라톤은 대개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해요.

‘내가 옛날에 소크라테스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이런 식으로. 어떤 대화편은 심지어는 4중으로 되어있기도 해요. 마치 요새 말로 폴더식이고 액자 형식인데, 이건 추측컨대 인쇄매체가 없던 옛날에는 전부 말로 했을 텐데. 미토스(mythos)라는 말은 원래 뜻이 이야기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누가 듣고 얘기해주고, 또 전해주고…….

내가 아주 어릴 적에도 동네 이야기꾼이 있거든요. 이야기꾼이 와요. 와서 이야기도 해주고 노래도 해주고 그래요. 그걸 떠올리면 될 것 같아요. 대화편도 이야기꾼 방식으로 기록이 되어 있고,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 이야기꾼이 되죠. 왜냐면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워야 되니까. 우리가 갖고 있는 기억력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죠. 현대인들은 기계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점점 감퇴되는 거예요.

옛날 사람들이 어찌 보면 그런 면에서 현대인들보다 더 뛰어나죠. 또 하나 염두 해 둘 것은 글이란 인쇄매체가 발달이 안됐기 때문에, 직접 만나는 면 대 면을 한다는 거죠. 지금은 드물잖아요. 사이버, 책, 영상 등의 간접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대와 달리 그때는 (철학적으로 말하면)현존의 장 속에서 이야기를 했다는 거죠. 물론, 우리가 보는 대화편은 플라톤이 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100%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우리가 염두 해 두고 볼 필요가 있겠죠.

그래서 맨 앞에 보면 히포크라테스(의사 아닌, 더 젊은)가 와서 소크라테스를 깨워요. 프로타고라스라는 유명한 사람이 왔는데 듣고 싶다고 열망을 피력하죠. 그러니까 소크라테스가 빈정거리며 돈을 주면 자기도 똑똑해 질 것이라고 이야기하죠.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들 사이의 긴장관계가 드러나는 현장이죠.

▲ 소피스트들이 대접받는 이유

그 다음에 소피아라고 하는 게, 대접받는 사회로 우리가 보고 있는데 왜 그때 당시에 소피아(Sophia, 지혜)라는 게 그렇게 대접을 많이 받았느냐면, 정치 연설이나 재판장에서의 변론이, 이때 당시의 아테네라는 곳은 민주주의의 본산인데, 민주주의라는 것은 각자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잖아요. 단지 군주제처럼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로고스를 바라는 사회인데,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정치연설이죠.

그때는 추첨에 의해서 선출되면 원하지 않아도 정치를 해야 했죠.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회예요. 그러니까 정치 연설이나 재판장에서의 변론이 대단히 중요한 것이죠. 변론도 마찬가지죠. 지금 우리는 변론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데, 이 당시에는 자기가 자기를 변호해야 했죠.

현대 사람들이 보기에는 황당하겠지만, 재판이 하루 만에 끝나요. 그 날 하루에 그 사람의 운명이 결정 되요.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사람이 사형선고를 받으면 그 다음날 사형 당해요. 때문에 재판장에서의 말의 중요성은 말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소피스트들, 그 말을 가르치는 소피스트들의 지혜를 엄청나게 쳐주는 거예요.

오늘날의 사회구조와는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염두 해 두고 봐야 되는데, 말하자면 이때 당시의 소피스트들은 자기 능력에 따라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벌어요. 요새로 말하면 스포츠 선수 같은 거지. 못하는 사람은 아주 가난하게 살고, 잘 하는 사람은 수억을 버는 요즘의 스포츠 선수와 같은 거죠. 오늘날처럼 지식이라는 게 대학이나 기관에 와서 가르치고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처럼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대우를 받는 것을 연상해야 하죠. 대소피스트들은 요즘 말로 스타 같은 존재이죠.

▲ 소피스트들에게 배우는 것

그래서 소피스트들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이 던져지는데, 히포크라테스와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첫 번째 페이지 아래쪽에 보면, 의사가 될 사람은 코스의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of Cos)같은 사람에게 가서 배워야 하고 조각가가 될 사람은 폴리클레이토스나 페이디아스에게 배우는데, 소크라테스가 묻습니다. 도대체 프로타고라스라는 사람을 만나서 무엇을 배우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을 하고 어마어마한 돈을 바치느냐고 묻는 거죠.

소피스트한테 배운다는 게 직업적 지식이 아니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에요. 지식이라는 것이 두 개로 나뉘는데, 하나는 직업적 지식이 있고, 또 하나는 교양 교육이 있어요. 교양 교육을 파이데이아(paideia)라고 하는데, 구두를 만드는 기술이라든가 어떤 특정한 기술을 배우는 것은 직업 교육이죠. 그런데 예를 들어 음악을 배운다든가, 희랍어를 배운다든가 바로 소피스트들의 기예를 배운다는 것은 직업 교육이 아니라 교양 교육이죠. 교양 교육도 좀 특이한데, 희랍사람들에게는 의무와 비슷한 맥락에서, 관례상 배우는 교양교육이 있어요.

음악이나 체육, 희랍어, 문법 같은 교양교육이 있어요. 그런데 소피스트들의 교육은 그것과 다른 사교육이죠. 철학이라는 게 보통 희랍, 인도, 중국이 있잖아요. 근데 왜 그 세 문명에서 철학이 발달하느냐, 사교육이 허락된 곳이기 때문이죠. 공교육만 있는 곳에서는 철학이 당연히 발달할 수 없겠죠. 오늘날에 이야기하는 사교육이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사교육이죠. 국가가 관장하지 않는 교육이 가능한 데가 희랍이었는데, 그래서 소피스트들에게 배우는 것은 예컨대, 문법이나 음악 같은 교양이다. 파이데이아라는 거죠.

▲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교양교육

소크라테스는 어떤 말을 하냐면, 교양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무엇을 겨냥하는 것이냐. 컴퓨터 교육을 받는 것은, 조작을 잘 해가지고 웹디자인을 한다거나 하는 것을 겨냥하는 것이고, 의학은 사람을 고치기 위해 배우는 것일 텐데, 이 교양 교육이라는 것은 왜 받느냐는 거죠. 겨냥하는 게 뭐냐. 그 대답은 사람마다, 문명마다 다르죠.

소크라테스가 교양교육의 핵심으로 보는 것은 ‘영혼(psyche)’이에요. 소크라테스의 사상의 중심에는 항상 영혼이 있죠. 아주 복잡한 말이죠. 생명의 뜻도 있고, 정신의 뜻도 있고, 나중이 되면 오늘날의 mind라든가 의식(consciousness) 등의 여러 가지 어휘로 번역이 되는데, 푸쉬케에 해당하는 현대 영어가 soul이죠.

요새 우리가 soul을 쓰면 약간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잖아요. 현대어 같은 느낌이 안 들죠. 음악의 soul은 또 다른 맥락이지만, 영혼이라는 것은 상당히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희랍 사람들에게는 일상어죠. 원래는 생명이에요. 살아있는 게 푸쉬케를 가진 거예요. 죽어있는 것은 a psychon 피가 없는 거고.

소크라테스라는 사람의 사유혁명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영혼이라는 의미를 바꾼 거예요. 영혼이라는 의미를 생명의 뜻에서 정신의 뜻으로 바꾼 거죠. 그냥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사유하는 존재로서, 인간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영혼이죠. 소크라테스라는 사람의 평생의 모토가 ‘네 영혼을 돌보라!’ 보통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건 꼭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니라, 델피의 신전에 쓰여 있는 말이기도 하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와도 관련되는 것이기도 하고, 소피스트들의 이야기기도 하고, 그것 보다는 소크라테스의 고유한 생각은 ‘네 영혼을 돌보라.’라는 것이죠.

미셸 푸코가 말년에, 세상 뜨기 얼마 전에 쓴 책이 『성의 역사』죠. 1권이 지식의 의지고, 2권이 쾌락의 선용이고 3권이 자기의 배려라는 책이죠. 그 자기의 배려가 바로 이거에요. 이걸(‘네 영혼을 돌보라.’) 다루죠.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뭐라고 하느냐, 두 번째 페이지 “자네는 자신의 영혼 돌보기를 소피스트라 불리는 사람에게 맡기려는 군 그래. 그런데 도대체 소피스트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설마 자네의 영혼을 맡기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좋은 이인지 나쁜 이인지 모르고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 네가 프로타고라스에게 가서 교양 교육을 받는 다는 얘기는, 영혼을 거기에 맡긴다는 건데 네가 소피스트라는 게 뭔지 알고 가느냐”를 물어보는 거죠. 경계의 말을 던진 거죠.

▲ 소피스트들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비판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 간의 알력관계를 잘 나타내는데. 그래서 히포크라테스는 말문이 막히죠.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볼 적에 소피스트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표상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대화편이 ‘소피스트’ 라는 대화편이죠.

상당히 후기 작품이죠. 여기서 소피스트를 혹평하는데, 일종의 문화상품을 파는 사람이라고 하죠. 요새 표현이죠. 그리고 영혼상품 판매자로 보는 것이다. 말하자면은 소피스트가 가르쳐주는 것은 진짜 지식이 아니라 상품일 뿐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 말을 소크라테스의 수사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소피스트들의 부정적인 면모가 있죠.

이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모도 있고, 부정적인 면모도 있어요. 계몽사상가로 보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고, 너무 해체적일 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상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도 있죠. 그런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소피스트들을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죠. 그래서 이 사람들의 시선은 굉장히 극단적이라는 것을 염두하고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말하자면은 타인의 영혼을 겨냥해서 상품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다. 적어도 자기에게는 그렇게 보인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박홍규 선생의 해설을 들어보면, 이 대목은 히포크라테스의 영혼을 무지와 수치로부터 정화한다는, 카타르시스. 원래 카타르시스라는 건 설사예요. 배가 아프면 약을 먹어서 내려 보내잖아요. 이 의미가 조금씩 변해서 나중에는 영혼을 정화하는 거지. 씻어버린다는 의미가 되고 나중에 플라톤에 가면 인식론적인 뉘앙스를 띄게 되요. 거짓을 정화해내는 거죠. 우리가 올바른 지식을 얻기 전에 거짓을 씻어내는 의미로(의미 층차가 바뀌어 가는데) 나중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연극을 보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카타르시스라고 하죠.

“소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의 잘못된 판단에 기인한 동기를 제거하고. 히포크라테스의 영혼을 정화하는 카운슬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대화를 통해 견해(doxa)를 조사하고 그 말을 한군데로 모아 동일한 대상에 관하여 동시에 동일한 관점에서 모순에 빠지게 한다.”

중요한 표현이에요. 그 말을 한군데로 모아 동일한 대상에 관하여 동시에 동일한 관점에서 모순에 빠지게 한다. 우리가 왜 중구난방이라고 하죠. 말을 중구난방하면 헷갈리기만 하고 진위를 판단할 수 없죠. 그 말을 한 군데로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