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아학파의 특징 2

▲ 스토아학파의 섭리(fatum)

- 물질이 운동하는 방식은 우주의 섭리에 의해 완벽히 정해져 있는 것이다. 동양의 명命과 비슷하다. 형상이 아닌 우주의 섭리가 움직임의 원동력이다. 우연과 운명은 다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둘의 우연한 죽음에 대해 ‘운명이여!’라고 하지 ‘우연이여!’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운명은 우연이 개인의 주관에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버지가 벼락 맞아 죽은 다음에 아들이 벼락 맞아 죽는 것은 우연적인 사건이지만, 한 집안의 입장에서는 운명적인 일이다. 스토아학파는 필연과 우연과 같은 구분이 없으며, 우연은 순전히 인간의 주관적 상상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인간의 감정 또한 주관의 무지에 불과하다. 스토아학파는 모든 것을 섭리로 보기 때문에 불평이나 불만을 매우 싫어했다. 스토아 철학자들에게는 섭리를 인식하고 그에 따르는 것이 현자의 길, 철학자의 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에 따라 살라”는 것을 역설했다.

▲ 스토아학파의 가치 : 초연함

- 자연에 따라 산다는 것은 자신을 정념, 분노, 편견, 불안 등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과도 같다. 철학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곧 무의미한 열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잔잔하고 평화로운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pathos’를 초연하게 극복한 ‘apatheia'의 경지이다. 이 점에서 도가나 불가와 통한다. 스토아적 가치는 ‘초연(超然)함’을 추구한다. 스토아적 초연함은 일차적으로는 현실을 피하고 소요하는 초연함이 있다. 이는 쾌락과 공포로부터의 초연함이며, 더 나아가서는 우주에 대한 관조, 그리고 자신의 의무에 대한 깨달음에서 오는 이성적이고 강인한 초연함이다. 이성적이고 용기 있는 사람, 삶의 풍랑(風浪) 속에서도 이성적인 초연함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스토아적 현자(賢者)’이다. 그러나 스토아 철학의 보다 적극적인 측면은 현실 속에서의 초연함이다. 다시 말해 현실을 피하고 소요(逍遙)하는 초연함이 아니라 현실에 용감하게 맞서고 우주의 섭리에 따라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불굴의 초연함이다. 스토아 철학은 강인하고 불굴의 용기를 갖춘 영웅들의 철학이기도 하다. 우리 삶에 몰아닥치는 갖가지 사건들을 초연하고 용기 있게 대처하는 실천적 철학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토아적 금욕주의가 즉물적인 의미에서의 “조용한” 철학을 말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스토아 철학자들은 대개 격정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었다. 끊임없이 자기를 휘젓는 무의미한 열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진정한 자기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autarkeia’라고 부른다) 다른 한편으로 불굴의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소요 없는 투쟁은 원한과 증오를 낳을 뿐이고 투쟁 없는 소요는 도피에 불과하다. 그것은 곧 주관적 조건들을 초월해 우주적 이성에 따라, 자연적 섭리에 따라 사는 삶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처럼 “춥든 덥든, 피곤하든 휴식을 취하였든, 욕을 먹든 칭찬을 받든, 죽어가든 일에 분망하든, 너의 의무를 다하여라.”

▲ 스토아철학의 실천적, 직관적 성격

- 스토아학파는 우주의 섭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한 이론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직관적 성격이 강하여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처럼 정교하지는 못했다. 실천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깨달음’, ‘믿음’이라는 말의 체계적, 철학적 근거를 세우지 못하였다. 이론과 실천의 문제는 이처럼 언제나 딜레마이다. 프랑스의 계몽사상은 프랑스혁명으로 현실을 뒤집었지만 철학적으로는 팜플렛이나 슬로건에 불과했다면, 독일철학은 프랑스의 현실을 보고 칸트처럼 사유하는 거대한 이론적 성향의 철학이 발달했다.

▲ 사해동포주의

- 제논은 이 우주에 있는 모든 사물들, 사람들이 궁극에는 모두 무차별적이라는 생각을 편다. 보편성을 자각하여 민족, 국가, 지역 등 헛된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이른바 ‘사해동포주의’로 이어진다. 스토아학파는 박애(博愛)를 강조했다. 편협한 테두리를 무너뜨리고 인류에의 위대한 의무에 자신을 바치는 삶이 뛰어난 삶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 대한 동정(同情) 때문에 남을 돕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 자기만족이 아닌 우주의 섭리, 곧 의무 때문에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