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시대에 아테네의 철학자들은 ‘아레테=덕(德)’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힘’으로서의 아레테를 제시했으며, 이것은 그의 도덕철학의 핵심을 형성한다. 소크라테스는 ‘지덕합일(知德合一)’을 강조했는데, 이것은 훗날까지 이어지는 많은 논의거리들을 제공하게 된다. 지식과 덕 그리고 행복이 일치한다는 그의 생각은 현실적 경험과는 잘 맞지 않는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영혼론의 의미를 잘 음미해 보면 그 뜻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앎과 행위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당위의 테제로 읽으면 오해이다. 소크라테스의 생각은 앎과 행위는 일치한다, 일치할 수밖에 없다는 어떤 철학적 테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상식과 너무나도 다른 생각이기에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론적 명제와 실천적 명제는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비판했다.
“우리는 건강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하기보다는 건강하게 되기를 바라고, 용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용감하게 되기를 원하며, 정의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의롭게 되기를 원한다.”
소크라테스의 주장은 너무 주지주의적(主知主義的)이라는 생각이다.
소크라테스 생각의 중심에는 영혼론이 깔려 있다. 영혼으로 무엇인가를 알고서 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행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 중요하게는, 영혼이 훌륭하게 되었을 때에만 비로소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영혼이 진리를 얻게 되는 것이 훌륭하게 되는 것의 한 측면이고, 이 때 그 존재는 자연스럽게 뛰어난 존재에게 어울리는 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논의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안다”는 말의 의미를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의미’에 대해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소크라테스의 생각은 진정 “안다”는 것은 기호를 아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아는 것이라는 생각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진정한 앎, 즉 체험을 통한 앎은 결국 영혼의 변화를 통해서 확인된다. 그리고 영혼의 변화는 행위의 변화로 나타난다. 이 때 우리는 소크라테스적인 ‘지덕합일(智德合一)’과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이해하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어떤 보편적 명제를 가르친 것이 아니다. 자기 바로 앞에 있는 개개의 사람들의 영혼을 변화시키려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학문 개념을 가지고서 재단하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