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리 탐구의 요소
▲ 형이상학 구성의 특이점
이 시간에는 2권을 들어갑니다. 여러분 그리스어 문자 아세요? 많이 배우시죠? 그 중 오메가가 자장 마지막 글자입니다. 처음에서 끝이라는 의미입니다. O 중에서도 크다고 해서 maga 입니다.
시그마는 수학에서 배웠을 거고요. 또 델타, 대문자로 배우셨을 것이고. 또 무엇을 배우셨나요? 이런 것들을 배우셨을 겁니다. 2권은 작은 알파, Alpha elathon. 영어로 그대로 변역하면 less입니다. 이게 2권의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형이상학은 14권으로 되어 있죠. 전체가 14권인데 이상한 것들이 많습니다. 전체 구조에서 뭔가 어울리지 않고 독립적이거나, 다른 사람이 나중에 끼워 넣은 것, 형이상학 앞의 것들을 요약해서 넣어놓은 것도 있고.
그래서 2권, 5권, 11권, 12권. 이런 것들을 빼고는 형이상학은 열권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2권은 형이상학 중에 가장 짤막합니다. 그리고 5권은 요즘의 사전처럼 되어 있습니다. 형이상학의 주요 개념들을 일상생활에서 쓰는 의미까지 포함해 풀어놓은 겁니다. 그래서 흔히 철학 사전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 11권은 형이상학 앞의 것들의 내용과 자연학의 것들을 요약, 발췌해 놓은 겁니다. 12권은 거의 독립적인 단일 저술의 형태를 띠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2권과 1장부터 3장, 5권에서도 원리와 원인 개념. 1장과 2장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으면서 앞의 내용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진리를 탐구한다는 것에 대하여
97쪽에 보면 1장이 철학적 탐구에 관한 일반론입니다. 철학도 하나의 탐구죠. 물어가면서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탐구죠. 앞의 1장의 내용을 읽어보도록 합시다. 앞의 첫 단락에서는 진리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두 가지 측면을 이야기합니다.
진리에 관한 연구는 어떤 점에서는 어렵지만, 어떤 점에서는 쉽기도 하다. 이는 한편으로 어느 누구도 진리를 딱 맞게 정확하게 얻을 수는 얻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가 진리를 전혀 얻지 못하지는 않아서, 저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해 무엇인가 맞는 것을 말하고 개인적으로는 전혀 또는 조금밖에 이바지하지밖에 못하지만 모두 한 데 모아놓으면 꽤나 많은 양이 된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아서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듯이, 또한 요즘 집단지성(集團知性, 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말도 있듯이 어느 한 사람이 지식을 독점하고 소유하면서 남에게 전달하는 방식에서 많이 벗어났죠.
누구나 다 참여해서 새로운 지식, 정확한 지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가 오늘날의 정보화 사회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집단적 지식에 대해서 말하길 이전 사람들, 주변 사람들이 해놓은 것을 통해서 진리가 확장되고 발전이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속담이 나오죠. 누가 화살로 저 큰 문을 못 맞추랴. 이런 식으로 보면 진리는 쉽다는 거죠. 반면에 이렇게 쉽다고 보면 또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죠. 그렇죠? 왜 나는 이것을 진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거죠.
무엇이 진리이냐는 측면에서 백퍼센트 우리가 모든 사람을 설득 또는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 그만큼 진리가 어렵다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전체를 대충 가질 수는 있지만 과녁을 정확히 잡아서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진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양궁에서 정 가운데를 맞추면 10점이죠. 누가 예전에 거기를 맞추어서 놀란 적이 있었죠. 그렇게 딱 맞추어야만 진리인데 실제로 그러기가 어렵다는 거죠. 진리는 그렇게 맞추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 다음 장으로 가죠. 진리가 어려운 것이 일단 사태가 어려워서 일 수도 있죠. 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책을 제가 번역을 해놓고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철학책이 어렵다, 철학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건 너희들의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책을 쓴 사람자체가 어려워서 일 수도 있고. 그 다음에 번역을 한 사람이 어렵게 번역을 했을 수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진리 또한 사물 자체가 난해해서 어려울 수도 있고. 우리의 인식능력이 못 쫒아가서 어려울 수도 있어요.
마치 박쥐가 대낮의 빛을 대하듯이 우리 혼 안의 이성. 혼이라는 것이 굉장히 큰 개념입니다. 우리가 혼이라고 하면 정신적, 영적인 것을 얘기하는데요. psyche라고 굉장히 넓은 의미입니다.
생명을 갖춘 것, 생명이 있는 것, 살아있는 것. 이런 것과 거의 같은 의미입니다. 이렇게 보면 그 중에서도 기초적인 식물의 영양섭취 능력이나 동물들의 운동, 생식능력. 이런 것들도 다 포함을 합니다. 부차적인 이성능력. 이런 것도 다 혼의 능력이지요.
인간의 혼 중의 이성도 명백한 것, 가장 참인 진리들을 마치 박쥐들이 빛을 싫어하듯 우리도 명확한 진리를 대하면 힘들어한다는 거죠. 그만큼 우리가 건강한 정신의 상태에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겠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것이 전통입니다. 이바지한다고 하죠. 인류의 공영에 이바지한다. 전통에 이바지한다는 것은 말이죠. 지식만이 아니라 시나 그림과 같은 예술작품들도 그 이전의 사람들이 무언가 축적해놓고 계발해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더 발전시키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열다섯 째 줄을 본다면 티모테오스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많은 서정시들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프리니스가 없었더라면 티모테오스도 없었을 것이다. 이 구절을 제 책의 앞에다가 인용을 해놨지요.
이것이 사제지간에 이어지는 거죠. 서구에서는 그런 전통이 있습니다. 우리 같은 경우는 보통 대학을 이름과 학과 보고 택합니다만 서구는 전공학과도 중요하지만 그 대학에 어느 교수가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기가 어느 교수에게 배울 수 있느냐. 이런 것을 고려해 지도교수를 많이 택합니다.
어떤 교수 뒤에 다른 교수가 들어온다고 하면 그것은 (일종의) 어떤 족보처럼 이어지는 겁니다. 우리는 단지 어떤 교수가 어떤 자리에 왔다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사람이 누구의 후임으로 왔다든 식의 맥(脈)이 없잖아요. 물론 예술계에서는 대를 잇는 계보가 있습니다만 학맥은 보통 대학의 타이틀이지요.
전공의 지식을 그대로 이어서 발전시킨다는 의미는 우리의 경우에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아무튼 이전의 사람들이 밝혀 놓고 닭아 놓은 것을 바탕으로 해서 이후의 사람들이 더 나아가서 발전된 예술 학문을 추구한다는 겁니다.
▲ 관조학(觀照學)과 제작학(制作學)
그 다음에 철학을 진리의 학문이라고 얘기하죠. 진리라는 것은 이론에 관련된 학문이죠. theory라고 하죠. 그리스어로 theoretike 라고 하면 본다는 겁니다. 예전의 책에서는 관조 학문이라고 하더군요.
보는 거죠. 자신이 어떤 것을 행하거나 만들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보기 위해서요. 그것을 줄여서 관조학(觀照學)이라고도 얘기합니다만 보통 이론학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윤리학이라든지 정치학처럼 이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행위가 중요한 거죠.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가. 어떤 행위를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가의 윤리적인 문제부터. 정치학은 그러한 개인의 윤리가 집단화 되어서 어떤 사회, 어떤 국가가 정말 좋은 국가이냐.
어떻게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고, 국민들은 어떻게 구성이 되고 어떤 정치체제를 갖추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느냐, 혹은 좋은 나라냐. 이것이 정치학인 거죠.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거죠. 어떤 행위를 하기 위하여 탐구하는 학문이 실천학입니다.
그 다음이 제작학(制作學)입니다. 여기에는 안 나와 있죠. poietike.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라는 저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시학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은 『시학』을 ‘시작술’이라고 번역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보신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네요. 시를 만드는 기술. 물건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여튼 아리스토텔레스가 염두에 두고 있는 철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서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의 철학이 아니라, 어떤 원인에 대한 앎이 아닙니다.
으뜸 철학인 형이상학과 버금 철학인 자연학.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이 두 가지가 철학입니다. 그 두 가지가 실체를 다룬다는 의미에서 철학인 거죠.
▲ 세 가지 요소-대상, 언어, 인식
그 다음 기호학적 의미론적 삼각형입니다. 삼각형을 만들어서 세 가지 측면을 본다는 겁니다. 사물의 측면이 있고. 우리의 생각, 사유, 감각의 측면이 있고. 그리고 이것을 말로 나타내는 것이 있고. 이것을 문자로 만들면 글이 된다는 겁니다.
굵은 선은 직접적인 관계고 가는 것은 간접적인 관계를 나타냅니다. 아무튼 이런 사물의 영향을 받는 겁니다. 사물은 외부이고 대상이죠. 생각은 우리의 머릿속 인식의 차원이고요. 사물은 존재의 차원이죠. 말은 언어적인 차원이죠.
그래서 뭐가 참이냐 거짓이냐. 사물이 참이지는 않지요. 우리가 어떤 것을 보고 이렇다고 생각하거나 말을 할 때 그것이 참이거나 거짓이라고 판단을 하는 거죠. 가령 ‘나무’나 ‘푸르다’는 말을 합해 ‘저 나무가 푸르다’는 판단을 내릴 때, 제대로 결합이 되어 있으면 참이지요.
(반면) 그렇지 않을 때, 푸르지 않다면 나무라는 단어와 푸르다는 단어가 결합이 안 되는 것을 합쳐놓은 거잖아요. 그렇다고 판단을 내렸을 때는 그릇된 판단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결국 참이냐 거짓이냐의 진위는 생각이나 말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말은 일단 생각을 드러내는 걸로 볼 수도 있잖아요. 물론 자기 생각과 다르게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디다만 그대로 표현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는 그렇죠.
이 관계가 굉장히 어려운 겁니다. 존재가 불확실하다. 또한 설령 확실한 게 있더라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안다 하더라도 남에게 전달을 할 수 없다. 그러한 소피스트의 말도 있습니다. 사물에서 우리의 인식단계, 말의 단계를 거치면 거칠수록 왜곡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존재, be. 무엇이 있느냐는 것은 끊임없이 변하는 감각계와 이데아계로 구분을 해본다면. 그래도 우리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한다면 그것이 더 참이지 않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그러나 자꾸 변하는 것. 나무의 색이라든지 음식의 맛이라든지 음악이 좋다 나쁘다. 이런 판단 같은 경우엔 사람마다 주관이 개입하기 때문에 굉장히 다르게 판단할 수가 있죠. 이런 감각대상에 관해서는요.
그러나 사유대상. 우리가 머릿속으로 하는 것. ‘2+3=5’라는 수학적 계산이라든지 ‘총각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라는 정의라든지. 그런 사전적인 동어반복적인 것을 나타내는 건 사유대상들보다 동의를 구하기가 쉽죠. 이것이 ‘맛있냐 없냐’ 보다는 ‘2+3=5’가 더 동의하기 쉬운 거죠.
사유대상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진위가 확실하고 감각대상은 오히려 (진위 여부가) 떨어지는 거죠. 여기(감각대상)서는 참인지 거짓인지가 불분명하고 여기(사유대상)는 명확한 거죠. 참이면 참, 거짓이면 거짓. 1장의 마지막 말은 그런 의미입니다. 간단한데요. 주(住)를 좀 보시면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
사물은 있음에 관계하는 방식으로 진리에 관계한다. 사물은 ‘있음’입니다. 진리는 생각이나 말에 해당하죠. 일단 있는 것이 확실하면, 불변의 상태에 있으면 이것에 대한 판단이나 언어적 표현이 확실하다는 거죠.
반대로 사물 자체가 있는 방식이 허술하고 불안하고 변화가 심하면 인식이나 언어적인 표현도 불확실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있음에 참/거짓에 관계한다는 겁니다.
각 사물은 있음에 관계하는 방식으로, 있음에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따라서 또한 진리에 관계한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1장의 내용이었고요. 2장은 오 분 정도 쉬었다가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