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 장자와 거니는 즐거움(逍遙遊)

◆ 소요유(逍遙遊) ①


▲ 장자의 글 쓰는 방식

『장자』를 처음 읽으면 감탄을 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계속 읽어 보면요 더 감탄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같은 얘기를 계속 다른 방식으로 이야길 하거든요. 처음 곤붕(鯤鵬) 이야기가 나오는데 곤붕 이야기를 세 번에 걸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야길 합니다. 그게 작가의 역량 아니겠어요? 로미오와 줄리엣 테마는 동서고금 어디에나 다 있죠.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나와 있죠. 거기야 신이 이랬다 하면 다 통하는 거니까 가장 쉬운 방식이죠. 그러다 보니까 세익스피어 방식이다, 이러면 희곡에서 처리되는 방식이라야 설득력이 있잖아요. 연극적 요소가 들어가서. 그런 방식으로 하다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뮤지컬 방식으로. 뮤지컬에서 소화 가능한 노래로 소화 가능한 방식이어야 되겠죠. 오페라면 오페라로 소화 가능한 방식이 돼야겠죠. 푸치니나 이런 사람들이 필요한 거고. 또 뭐 새로운 형식이 요즘에는 옛날 신화 방식으로 가려나요. 요즘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없는 거 다 만들어가지고 해버리니까 굉장히 쉽죠. 그래픽으로 배우가 곤란한 부분들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다 처리해 버리면 되니까 오히려 신화시대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방식이 다 다른데요, 그런 식의 글쓰기를 이야기하자면 한유(韓愈)라고 당나라 때 대문장가가 있죠. 한유의 문장이 그렇습니다. 이 한유가 평생 동안. 한유는 그 당시 문인치고는 굉장히 풍족한 생활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는 만날 송궁문(送窮文). 한유는 좀 특이한 사람인 게 자기가 가난하다 이거에요. 그 가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문장으로 그것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게 송궁문입니다. 그러니까 궁(窮)은 곤궁(困窮)이에요. 곤궁한 귀신. 궁귀(窮鬼). 이 놈이 나한테 붙어 가지고 내가 이렇게 가난하다. 그러면 이놈을 보내는, 작별하는 문장을 잘 지으면 가지 않겠냐는 거죠. 멋있게 글을 썼습니다. 궁귀가 보더라도 감동할 정도로 쫙 썼는데 궁귀가 뭐라 그러냐 하면, 당신이 그렇게 어려울 때 나만은 끝까지 떠나지 않고 당신을 지켜줬는데 어떻게 나를 보내려 하느냐 이런 식으로 궁귀가 다시 되물어요. 그래서 한유가 궁귀에게 설득되어서 같이 지내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문장이 마무리가 되는데, 악어가 나타나서 백성들을 해치는 일이 생긴다. 그러면 악어문을 짓습니다. 악어야 물러가라 이런 식의 문장을 지어서 해결하려는 사람인데, 기가 막힌 것은 주로 한유로부터 문장을 받으면 그건 천고에 이름이 남습니다. 별 볼일 없는 사람도 한유가 묘지명 한 번 써주면 그게 길이 남아요. 왜냐하면 한유 문장이 그렇게 뛰어나니까 『고문진보』같은 데 실려서 길이 전해지거든요. 그러니까 무조건 천금을 주고라도 한유로부터 글을 받으려고 하죠. 그런데 보통 그런 식으로 글을 쓰면 형식적으로 써주고 말잖아요. 그런데 한유의 묘지명 같은 것은 글마다 다다릅니다. 아무리 그 사람이 하찮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유는 그 하나하나의 문장을 이전에 자기가 썼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글을 쓰니까 그러니까 역시 대가는 대가입니다.

『장자』를 읽어 보면 장자가 그렇습니다. 결국 한유의 문장도 『장자』에서 온 겁니다. 박지원의 문장도 『장자』에서 온 것이고요. 소동파의 문장도. 한유의 문장은 『맹자』와 『장자』에서 나왔고 소동파의 문장도 『맹자』와 『장자』에서 나왔습니다. 소동파도 가학으로 『맹자』를 익혔고 『논어』와 『장자』를 거의 한 문장인 거처럼 구사하는 그런 문장가이고 한유는 공자를, 성인을 알고 싶으면 맹자부터 시작해야 한다. 맹자 복권을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이 한유라고 할 정도이기 때문에 『맹자』, 『장자』, 문장의 대가들이 가장 익숙하게 즐겨 취했던 그런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장자』의 문장을 한 번 들어 가봅시다.


▲ 곤붕 이야기 - 시원과 변화의 연결고리

첫 번째 이야기인데 『장자』가 이렇게 시작합니다. 북명유어(北冥有魚). 북명은 북쪽 바다. 명(冥)은 삼수를 붙여 가지고 바다 명(溟) 자로 씁니다. 원래 한자라고 하는 게요. 간단한 글자 하나를 가지고 여러 가지 글자로 씁니다. 예를 들어서 벽(?) 자인데 벽 자 하나를 놓고 피한다는 뜻으로도 쓰고요(避). 회피한다는 뜻으로 쓰는 거죠. 그런가 하면 또 여기 사람 인자를 쓰면 (僻) 치우치다 뜻으로 씁니다. 그리고 밑에 말씀 언 자를 쓰면 (譬) 비유한다는 뜻으로 씁니다. 이것만 놔두고 다 그렇게 쓰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쓰기 때문에 이 명 자 한 글자를 놓고 어둡다는 뜻으로도 쓰고 바다 명(溟) 자로도 씁니다.

근데 바다는 바단데 어두운 바다죠. 검푸른 바답니다. 저 북쪽 바다에요. 그리고 또 여기다가 눈 목 자를 붙여 버리면(瞑) 눈이 캄캄한 거지요. 그러니까 명은 일단 어둡다는 뜻이 있는데 여기에 북명은 바다 명(溟) 자다. 북쪽 바다, 검푸른 바다. 검은 바답니다. 그때 검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바다의 깊이를 의미합니다. 그 깊은 바다에 유어(有魚), 물고기가 있는 겁니다. 장자 이야기죠.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어. 이렇게 시작을 합니다. 그런데 그 물고기 이름을 이야기합니다. 기명위곤(其名爲鯤)이라. 그 이름이 곤(鯤)이다. 곤이라는 물고기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곤이라는 표현 자체가 다양한 함의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일단 물고기 이름으로 곤이 나왔는데 본래 이 곤이라고 하는 건 물고기의 자(魚子), 물고기 씨앗이란 뜻입니다. 물고기 알이에요. 이 아들 자(子) 자가 씨앗이란 뜻으로도 쓰입니다. 물고기 알이기도 하고 작은 치어, 새끼 물고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근데 새끼 물고기를 곤이라고 내세워 놓고 그 다음에 하는 이야기가 사실 황당합니다. 이 곤의 크기.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게 곤이라 이거야. 근데 그 곤이라는 물고기의 크기죠(鯤之大). 크기가 부지기천리야(不知其幾千里也)라. 몇 천리인지 알지 못한다. 엄청나게 큰 물고기죠. 그 몇 천리인지 알지 못하는 물고기의 이름이 곤이고 그 곤은 본래 작은 물고기, 물고기 알을 의미하고, 시초를 의미합니다.

이 곤이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여러 가지 함의를 갖고 있어요. 곤은 땅으로 치면 땅 곤(坤) 자거든요. 『회남자』에 곤둔(坤屯)이란 말이 있는데요 ‘곤둔’이라는 말은 곤은『주역』에 나오는 곤괘와 같고 땅을 의미합니다. 둔은 『주역』에 나오는 둔 괘와 같습니다. 그 ‘곤둔’은 혼돈(混沌)과 같아요. 혼을 이렇게 쓰기도 하고(混) 또 이렇게 쓰기도 해요(渾). 혼돈은 뭐냐 하면 카오스죠. 질서가 있기 이전의 상태입니다. 최초의 상태, 시원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곤은 처음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 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크다고 표현을 한 거죠.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이 상태에서. 그 다음에 화가 나온단 말이에요. 이게 그냥 있는 게 아니라. 대라고 하는 거는 실제 크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는 알 수가 없어요. 곤둔, 혼돈이란 말이에요. 근데 이 혼돈이라는 건 또 어떤 문자와 통하냐 하면 혼륜(混淪). 뒤섞여 있다는 뜻입니다. 혼돈과 같은 의미죠. 그리고 혼륜은 또 곤륜(崑崙)과 같습니다. 곤륜산을 의미합니다. 아득히 높은 산. 만물의 시원이 되는 산. 강의 발원지. 이런 뜻으로 씁니다. 결국 곤둔이나 혼돈이나 혼륜이나 또 곤륜이다 같은 의미로 쓰는데 그 씨앗이 여기에 곤이라는 말로 나옵니다. 모든 가능성을 다 함축하고 있는 의미로 나오는데 이런 내용은 사실 여기서부터 또 다른 의미의 『장자』 내편의 맨 마지막 편에 보면 혼돈이 나와요. 『장자』가 정교하게 편집이 된 책이거든요. 처음에 곤이 나오고 곤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시초의 상태를 의미함과 동시에 『장자』 내편의 마지막 편이 「응제왕」 편인데 「응제왕」 편의 마지막 장이 혼돈이 죽는 이야깁니다.

아시다시피 숙과 홀이 있지요. 숙과 홀은 시간의 신입니다. 찰나 간에 지나가 버리는 시간의 신이에요. 근데 숙과 홀이 혼돈의 땅, 중앙의 땅, 혼돈의 땅에 가서 놉니다. 혼돈이 숙과 홀을 잘 대우해줘요. 숙과 홀이 혼돈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어떤 짓을 하냐 하면 혼돈은 얼굴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답답하겠다 이거야. 그래서 구멍을 뚫어 줘요. 하루에 하나씩 뚫어 줬는데 칠일 만에 혼돈이 죽었다 그렇게 되어있죠. 일곱 개의 구멍은 사람의 얼굴에 있는 구멍수 아닙니까? 인간의 지각 능력을 갖도록 했더니 혼돈이 사라져 버린 거죠. 장자는 처음에 곤의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마무리로 혼돈이라는 장치를 정교하게 배치해 놓은 겁니다. 그건 그때 가서 다시 말씀드리기로 하고요.

곤지대(鯤之大). 곤이라는 물고기의 크기는 몇 천리인지 알지 못한다. 일단 여기까지 나왔고요. 그런데 이 곤이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화(化), 변해서 새가 되죠(化而爲鳥). 기명위붕(其名爲鵬)이라. 그 이름이 붕(鵬)이다. 화(化), 변화하는 거죠. 화는 『장자』에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서 ‘화’하면요 『장자』에 보면 거백옥행년육십이육십화(遽伯玉行年六十而六十化). 거백옥은 공자가 존경했던 위나라의 현자인데요, 그 거백옥은 행년육십(行年六十), 육십 년을 살았다 이거에요. 나이 육십이 될 때까지 육십화(六十化), 육십 번 변했다. ‘화’라는 말을 씁니다. 그리고 공자가 또 어떻게 살았느냐. 공자가 나이가 오십이 되어서, 행년오십(行年五十), 지사십구년지비(知四十九年之非)라. 사십 구년 동안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계속 변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화라고 하는 건 자기 자신의 존재를 계속 끊임없이 바꾸는 거예요. 그게 『장자』의 화입니다. 물론 『장자』의 화는 그런 의미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예를 들어 나무에서 생쥐로 바뀌고 생쥐에서 다시 새로 바뀌고 새에서 물고기로 바뀌고 이런 식의 변화가 계속 나오는데 그 첫 번째 용례가 여기 나오는 겁니다.

여기서 뭐가 변하냐면 물고기가 새가 돼버리는 거예요. 화(化), 이 물고기가 변해서 위조(爲鳥), 새가 되는데, 기명위붕(其名爲鵬)이라. 그 이름이 위붕(爲鵬), 붕(鵬)이다. 붕새가 여기서 등장하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이건 물고기고 물고기는 저 깊은 물 속에서 움직이는 존재 입니다. 그런데 변하기는 새가 된 거죠. 이런 정서는 사실은 이건 제 얘기가 아니고 방이지(方以智)라고 하는 명말청초의 학자의 얘긴데요, 방이지는 이걸 『중용』과 대비를 시켜요. 『중용』에 보면 연비여천 어약우연(鳶飛戾天 魚躍于淵)이란 말이 나오죠. 『중용』에 보면 솔개는 저 하늘가에 나르고. 연비여천이란 구절이 나오죠.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까지 도달하고. 어약우연이라. 물고기는 깊은 연못. 연은 깊은 못입니다. 연은 본래 깊은 물이면 다 연이고 꼭 연못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바다에도 연이 있어요. 해연하면 가장 깊은 곳이 해연입니다. 마닐라 해구가 있고 거기서 가장 깊은 데가 해연이라고 그러거든요. 그 깊은 물 속에서 물고기는 어약우연, 그 깊은 물 속에서 약(躍), 뛰어논다. 그런데 『중용』의 결론은 뭐냐 하면 언기상하찰야(言其上下察也)라. 그 이치는 똑같이 상하에 드러나고 있다, 이 얘기를 하거든요. 『장자』의 얘기도 마찬가집니다. 하나의 존재는 저 깊은 물 속, 어두운 바다, 명에서 움직이고, 또 하나의 존재는 그게 변해서 붕새가 되었다 이거에요. 같은 존재라는 걸 의미하는 거죠.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변화할 수 없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화라는 글자가 최근에 논문이 여러 편 나왔어요. 예를 들어서 이화여대에서 나온 박사 논문인데 작년, 재작년인가 그럴 겁니다. 장자의 변과 화의 철학이라고 해서 김경희 선생이라는 분인데. 장자의 변과 화의 철학 해가지고 그걸로 학위 논문을 썼고요, 성대 쪽에서 최옥건 선생이라고 역시 장자의 화를 주제로 썼고. 김경희 선생은 로버트 앨린슨이라고 『장자, 영혼의 변화를 위한 철학』 그 앨린슨이라는 학자는 화를 영혼의 변화, 이런 식으로 보고 저술을 해놓은 게 있는데 그걸 번역을 해서 소개를 한 적이 있습니다. 혹시 기회가 되시면 읽어 보세요 아주 재밌어요. 그런데 이 화라는 글자도 변화(變化)라고 그러는데요 원래 변(變)은 변화의 시작이고 화(化)는 변화의 종료입니다. 그래서 이 화가 본래 옛날 고자는 화가 사람 인(人) 자를 똑바로 하나 그려놓고 또 하나를 이렇게 그려 놓은 이게 화에요. 삐딱하게 되어 있지만 이게 원래 ‘화’ 자입니다. 이건 살아 있는 사람이고 이건 죽어 있는 사람이에요.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으로 가는 겁니다. 『장자』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게 삶과 죽음의 문제를 아주 깊이 있게 고민한 게 장자에요. 그게 장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이럴 때 장자는 죽음의 문제를 화로 처리합니다. 어떤 사물이 하나가 생겼다. 생(生). 생겼다는 것은 또 다른 사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면 사(死), 죽었다는 얘기고 또 어떤 사물이 사, 죽었다는 이야기는 또 다른 사물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생, 살아났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 생사에 얽매여서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를 장자가 하거든요. 그리고 옳고 그름이라든지 가(可)와 불가(不可)라든지 연(然)과 불연(不然). 가불가(可不可). 가(可), 옳은 거고, 불가(不可), 그른 겁니다. 그리고 연, 불연. 연(然), 그렇다고 상대를 인정해 주는 것. 불연(不然),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는 것. 그리고 시비, 옳고 그름. 이것도 다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에서 가하면 어느 한쪽은 불가가 되는 거고, 어느 한쪽이 연하면 어느 한쪽이 불연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비를 가지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목숨 걸 필요 없다 이런 이야기를 장자가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생사 이야기할 때도 그런 건데요.

물론 삶과 죽음의 문제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우리가 죽음으로부터의 두려움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식의 위안인가. 이것은 우리가 한 번 던져 봐야겠죠.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 봐야 합니다. 혹시 거짓 위안일 수도 있거든요. 우리가 『장자』를 읽으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오거든요. 이제 「대종사」편이나 「덕충부」편. 「덕충부」편은 덕이 충만하고 있다는 표십니다, 부(符). 부호인데. 그 부호는 주로 장애라든지. 장애도 정도가 아주 심해요. 인기지리무순. 인기는 발꿈치가 없다는 뜻이고 지리는 사지가 지리멸렬하다는 뜻이고 무순은 입술이 없다는 뜻이에요, 언청이. 그러니까 총체적인 장애와 기형이 뭉쳐있는 그런 사람들을 도를 아는 사람으로 내세우는데 때로는 그런 것이 거짓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장자』를 제대로 읽으면 그게 실제로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면 거짓은 아니죠.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면요.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거짓일 수 있습니다. 만약에 장자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허위의식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런 위안의 방식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장자 자신이 허위의식이 될 수 있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우리가 인도 같은 데 많이 가잖아요. 인도나 동남아 같은 데 많이 가서 아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밝은 미소를 보고 위안을 얻는 경우가 많잖아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보고 위안을 얻는 방식이 나의 삶에서 정당한 방식인가 그 위안이 정당한 것인지 돌이켜 보면 그게 쉬운 문제가 아니거든요. 과연 장자가 지적하고 있는 그런 방식이 당시 사람들의 허위의식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느냐는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장자는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그런 고립된 상황 속에서 자신을 세울 필요가 있었던 거거든요.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의 세속적 욕망을 두고 비웃는데 그 비웃음이 정말 정당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장자 스스로가 건강해야하는데 과연 그런 것인가를 한 번 따져봐야 됩니다. 보통 그런 거 많이 나오잖아요. 자기 자신의 불우한 처지라든지 이런 걸 상대에 대한 원망으로 콤플렉스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주관적으로 해소하려는 경우를 많이 보거든요. 실제로 해결이 되지를 않는 거죠. 그건 우리가 이제 반성해야 될 문제인데 그런 문제는 나중에 ‘화’라는 주제가 또 달리 나올 때 다시 다루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 연결시켜서 생각할 수 있고요.

그러니까 변해서 새가 되고 그 새가 이름이 붕입니다. 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얘기가 있습니다. 옛날 봉황새의 고자(古字)란 얘기도 있고요. 그런데 이 붕새가 그냥 있지 않습니다. 물고기였다가 그게 물고기가 붕새가 되는 거죠. 이 붕새가 날아오릅니다. 날아오르는데 그냥 날아오르는 게 아니고요. 노이비(怒而飛)해요. 노해서 날아올라요. 이 노(怒)라는 글자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세차게 날아오른다는 정도로 부사로 그냥 풀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석가들의 견해가 엇갈립니다. 예를 들어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방이지 같은 학자들은요 뒤에 나오는 조(?)와 학구(學鳩). 조는 매미거든요. 학구는 날개짓을 배우는 작은 새란 뜻입니다. 이런 것들이 붕새를 보고 비웃습니다. 소지왈(笑之曰). 붕새가 구만리를 날아오르거든요. 그걸 갖고 매미나 어린 새들이 비웃습니다. 쟤 이상한 놈이다 이런 식으로요. 우리가 보면 이상하다고 얘기하는 경우 많잖아요. 오타쿠라고 그럽니까? 무언가에 빠져가지고 정신 못 차리는 걸 보고 그런 식의 비웃음을 할 수 있죠. 그런 소(笑)와 노(怒)를 상대한 것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일단 이 노를 그렇게 심각하게 번역하진 않고 세차게 날아오른다, 힘껏 날아오른다. 그냥은 날아오를 수가 없어요. 워낙 크잖아요. 몇 천 리나 되니까. 노이비 해야 겨우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한 번 날아오르면 기익약수천지운(其翼若垂天之雲). 붕새의 날개가요 마치 이와 같다. 같을 약(若) 자요. 수천지운(垂天之雲). 수(垂)는 드리운다. 수천(垂天)하면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새의 날개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수(垂)라고 하는 건 수학 용어인데요. 1/3을 드리운 게 수에요. 족삼분수위라고 해가지고. 하늘의 1/3을 덮은 거예요. 새의 날개가 워낙 커가지고. 그러니까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죠. 그 날개가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그런데 이 새가 시조야. 해운즉장사어남명(海運則將徙於南冥)이라. 여러분들 자료에 다 나와 있죠. 남명이 나옵니다. 아까 처음에 북명에서 시작했죠. 북쪽 바다에서 시작을 했는데 이새가 남명으로 날아가려고 하는 거예요 지금. 시조야(是鳥也), 이 새가 할 때 이끼 야(也) 자는 호칭에 붙는 접미사 정도로요. 누구누구가 하는 얘기입니다. 주격조사로 처리하면 되겠죠. 이 새가 해운(海運), 바다가 움직이면. 바다가 움직인다는 건 바다에 큰 바람이 분다는 뜻으로 육 개월마다 한 번 바람이 분다. 이런 주석이 있습니다. 그걸 받아들여 보면 바다에 큰바람이 불면 장차, 이렇게 하려고 한다. 사어남명(徙於南冥). 남쪽 바다로 옮겨 가려고 한다. 그런데 이 남명이라는 게 뭐냐. 남명자(南冥者)는 천지야(天池也)라. 남명은 천지다. 남명이라는 것은 천지다. 졸지에 어떻게 됩니까? 그 북쪽에는 그냥 땅 위에 있는 바다가 아니라 하늘의 못이 되는 거죠. 방이지의 얘기가 이게 남명이 천지라면 북명도 당연히 천지일 수밖에 없다. 이쪽 하늘에서 저쪽 하늘로 날아가는 거죠. 천지라고 하는 곳, 남쪽 바다로 날아가는 붕새의 이야기를 이렇게 처음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제 그 다음에 또 이야기를 해요. 지금 장자는 다짜고짜 이 얘기를 시작했거든요.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게 곤이다. 어떻게 틀어서 이야기를 하냐면 피라미나 작은 물고기의 명칭을 쓰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몇 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큰 걸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이 새가 변해서 새가 되고 그리고 그 새는 북명의 물고기가 변해서 된 새인데 남쪽 바다로 날아가는 겁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띄우고 그 다음에 장자는 또 이야기를 합니다. 같은 이야기인데 또 다른 방식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