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문학의 산실

가벼움 속에 꿈틀대는 문학에 대한 진지한 모색

- 문학 일반 사이트를 찾아서

편집자 주)  21세기의 한국에서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하는 듯하다. 사회 각 부문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대중화의 물결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문학 분야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독자층 확대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모색이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산문화』에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주요 문학 관련 사이트들을 문학 일반, 출판사 및 문예지, 작가 개인 홈페이지 등 3회에 걸쳐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문학은 문자를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 예술장르이므로 역시 문자를 그 주요 전달수단으로 삼는 인터넷과는 방법상 상당한 친연관계에 놓여 있다. 따라서 문학과 관련된 각종 컨텐츠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제대로 된 문학 포털 사이트를 몇 개쯤은 발견할 수 있겠지 하는 필자의 순진한 기대는 자료조사차 인터넷을 돌아다닌 지 10분도 채 안되 무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문학 포털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형태를 갖춘 문학사이트를 발견하기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그나마 격식을 갖춘 것은 출판사나 문예지 등의 사이트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은 다음 호에 소개하기로 한다). 문학이 너무 진지한 것인지 아니면 시대가 너무 가벼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문학과 요즘 세태 사이의 코드의 불일치가 온-오프 라인을 가리지 않고 문학의 빈곤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래도 가벼움이 범람하는 인터넷상에서 진지한 창작정신이 살아 꿈틀거리는 것을 확인하고픈 분들은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www.artnstudy.com)를 방문해보기 바란다. 평론가 현준만이 2001년 개설한 이 사이트는 시, 소설, 영화, 미술 등 8개 부문에 걸쳐 소정의 수강료를 받고 강의를 하는 일종의 사이버 문화학교이다. 예술의 각 장르에서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속성상 문학 강의가 그 주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아카데미 측은 따로 시와 소설의 창작아카데미를 개설, 수강생과 강사가 일대일로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현재 강형철 임동확 이재무 등이 시 부문을, 김남일 이남희 고영직이 소설 부문을 맡고 있다. 아직은 수강생이 적어 2001년 문화관광부 문학 활성화 국고보조사업으로 선정될 당시 받았던 지원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점점 반응이 좋아 수강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시인 신경림이 원장을 맡고 있다.

  또 다른 사이버 문학학교로는 시인 김정환이 운영하는 '한국문학예술학교' 사이트(www.arspedia.com)가 있다. 이는 김정환이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문학학교를 인터넷상으로 확대한 것인데 이미 자리를 잡은 문학학교의 사이버판인 셈으므로 체계적인 사이트 운영이 돋보인다. 이 사이트는 예술교양강의와 전문창작강의, 문학예술에 관한 세계의 주요 사이트를 모아 놓은 세계문학예술도서관, 미학용어사전 등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의 전 분야를 망라(각 10개씩)한 예술교양강의와 전문창작강의, 그리고 강은교, 정호승, 최승자, 전상국, 최인석, 이승우 등 화려한 강사진이 자랑거리이다. 흔히 장기적으로 섹스, 게임, 교육 세 분야의 닷컴기업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문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문학교육과 관련된 사이트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문학에 대한 진지한 소양을 지니고 있는 네티즌들의 심미안을 만족시켜 줄 만한 또 다른 문학사이트로는 '비평공간'과 '텍스트 코리아'를 추천할 수 있다. '비평공간'(www.critics21.com)은 대다수의 문학사이트들이 시나 소설에 편중돼 있는 데 비해 평론가들에게 활동공간을 마련해 주는 거의 유일한 사이트이다. 평론가 이광호 등이 중심이 돼 문화관광부 문학 활성화 국고보조사업의 지원을 받아 2000년 말 개설된 이 사이트는 이광호, 우찬제, 박혜경, 신수정 등 소장 평론가들이 전자책 서점인 '노블21'(www.novel21.com)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20세기의 한국문학, 우리 시대의 비평가들, 테마 비평, 오늘의 우리 문학, 행복한 시 읽기, 리뷰 혹은 단상, 현장 문화비평, 비평 스터디 등의 비평 관련 코너가 마련돼 있다. 사이트의 주 운영자들이 모두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들인 탓에 짜임새 있는 구성에 비해 컨텐츠의 업그레이드가 더딘 점이 다소 아쉽다. 노블21 측은 앞으로 이 사이트를 월간 형태의 웹진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텍스트 코리아'(www.textkorea.com)는 엄밀히 말해서 문학 사이트라기 보다는 국문학에 대한 학술 사이트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이트를 설립한 (주)이텍스트코리아는 한국 어문학을 연구하는 대학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널리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고 한다. 사이트는 한국현대문학관, 한국연극관, 한국고전문헌관, 국어문장상담소 등의 고정코너와 이호철, 황동규 등 유명문인들의 동영상 인터뷰를 볼 수 있는 특별 코너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 현대문학사의 주요 쟁점들과 고전문헌에 대한 정보, 연극 리뷰, 올바른 국어 사용에 대한 상담 등을 주로 박사과정에 있는 소장연구자들이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다.

  그외 5백90여명의 시인들에게 개별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는 '문학의 즐거움'(www.poet.or.kr)과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소식들을 종합, 정리해주는 '인터넷 문학신문'(www.imoonhak.com) 등도 눈에 띄나 좋은 의도에 비해 운영상의 미숙과 운영주체의 한계 등으로 인해 내용이 따라주지 못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 글 : 박현준